[정가영의 유통시그널] 고물가에 잔인한 ‘가정의 달’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6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푸트코트에서 음식을 고르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외식 물가 상승률이 3.0%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0.1% 높게 나타났다. 2024.05.06. scchoo@newsis.com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족애를 돈독하게 다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지만 자녀를 위한 어린이날을 준비하고 또 부모님과 함께 어버이날을 기념해야 하는 가장의 무게는 버거워져만 간다.

 

 고물가에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지 않는지 오래다. 외식보다 ‘집밥’, ‘혼술’이 트렌드가 됐고 어디서든 ‘가성비’를 따지게 된다. 그럼에도 5월은 특별하다. 고가의 선물은 준비하지 못해도 외식 한 끼 정도는 과감한 지출이 필요하다. 쉽게 내뱉는 ‘한 끼’지만 마음은 편치 않은 카드값이 찍힌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4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3.0%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2.9%)보다 0.1%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을 웃돈 현상은 2021년 6월부터 35개월째 이어졌다. 그 중 떡볶이가 5.9%로 가장 높고 비빔밥(5.3%), 김밥(5.3%), 햄버거(5.0%), 도시락(4.7%), 칼국수(4.2%), 냉면(4.2%) 등의 순서를 보였다.

 

 대표 외식 메뉴로 꼽히는 김밥·치킨 등 프랜차이즈 메뉴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5월에는 햄버거와 피자 등도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맥도날드는 2일부터 1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 올렸다. 피자헛도 같은 날 프리미엄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김밥 프랜차이즈 바르다김선생은 지난달 메뉴 가격을 일괄 인상해 대표 메뉴인 바른김밥 가격을 43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렸다. 앞서 파파이스는 메뉴 평균 가격 4%를 인상했고, 배달 메뉴는 약 5% 높은 가격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도 배달 수수료와 인건비, 임대료 상승을 이유로 9개 메뉴 가격을 일제히 1900원씩 올렸다. 기념일답게 이보다 고가의 메뉴를 고른다면 4인 가족 한 끼 식사가 10만원은 훌쩍 넘어간다.

 

 특히 김 가격의 상승은 김밥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될 것으로 보여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김 물가 상승률은 10.0%로 전체 소비자물가 평균(2.9%)의 3.4배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11.8%)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달 맛김 물가 상승률 또한 지난해 3월(6.3%) 이후 13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김 가공 전 원재료인 원초 가격의 급등이 김, 맛김의 가격 상승을 몰고 왔다.

 

 식품 기업은 불가피한 가격 상승을 발표했고, 어김없이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라는 문장이 등장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일 마트와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김 가격을 11.1% 올렸다. 이에 앞서 조미김 전문업체인 광천김과 성경식품, 대천김도 지난달 가격을 올렸다. 김 가격의 상승으로 대표 외식 품목인 김밥 물가 상승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어버이날과 스승의날 대목을 보는 화훼업계도 울상이다. 고물가에 얼어붙은 소비심리까지 지속하며 실속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일주일간 거래된 국산 절화(자른 꽃) 카네이션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감소했다. 경기 악화로 카네이션 소비 자체가 줄었고, 수입량이 대폭 늘어나면서 국내 카네이션 거래 감소도 나타났다.

 

 지난 3일 정부는 식품·외식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물가안정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정부의 대처로 물가 상승률의 상승세는 다소 둔화하고 있지만 ‘원재료 가격 상승’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전기료 등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 가능성까지 대두하면서 또 한 번 두려움이 엄습한다.

 

 유명 놀이공원의 종일 이용권을 구매하려면 4인 가족 기준 최소 20여만원을 지출해야 한다. 유행하는 캐릭터 상품까지 안겨주고 한 끼 외식이라도 더해지면 지출의 규모는 계획을 벗어난다.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사랑 넘치는 가정의 달이 누군가에겐 잔인한 가난의 달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정가영 기자 jgy93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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