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談談한 만남] 맹수석 상사중재원장 “중재 제도 활성화로 사회적 비용 줄여야”

2021년 중재원장 취임 후 중재 제도 확산 위한 전도사로
맹 "중재, 단심제·비밀 보장 장점…중재인 전문성 활용도 장점"
"전자중재시스템 도입 시급"…정부·국회 관심 촉구

맹수석 대한상사중재원장이 중재 제도 활성화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중재(仲裁) 제도를 널리 알려 소송 사건의 폭주에 따른 사회적 문제 해결은 물론.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싶다. 국민의 중재 제도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조속히 전자중재시스템을 구현하는 데에도 힘쓰겠다.”

 

 맹수석 대한상사중재원장(65)은 1일 세계비즈와 인터뷰하면서 “중재는 분쟁 당사자 간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송 대비 절차 또한 유연하다는 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분쟁 해결 수단”이라고 힘줘 말했다. 맹 원장은 “중재 절차 도중에 분쟁 당사자들이 충분한 진술 기회를 가지고 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풀려 사건을 철회하거나, 합의한 내용을 화해판정 형식으로 절차를 종결하는 경우 또한 자주 있다”고 설명했다.

 

 맹 원장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상법 전문가 중 한 명이다. 맹 원장은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및 법학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대체적분쟁해결(ADR) 제도에 대한 여러 논문을 발표했다. 그뿐만 아니라 2018년엔 한국기업법학회장을 역임하며 기업경영의 투명성 강화, 기업법 연구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금융소비자학회장을 지내며 입법부에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제정을 꾸준히 촉구한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도 함께 맡고 있다. 맹 원장은 2021년 12월부터 대한상사중재원을 이끌며 중재 제도 전도사로 직접 나섰다.

 

◆단심제로 분쟁 신속 해결…충분한 진술 기회 제공에 비밀 보장도

 

 중재는 ADR 제도 중 하나로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특히 맹 원장은 “중재 제도를 활용하면 소송에 견줘 금전적·시간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전문가에 의한 판정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사중재원은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각종 법적 분쟁을 ADR을 통해 해결하는 기관으로, 지난해 접수한 중재사건은 368건, 중재금액은 1조5715억원 규모다.

 

 “중재 제도는 3심제인 소송과 달리 단심제(單審制)다. 그래서 신속한 해결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심리가 원칙적으로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영업기밀 준수가 필수인 정보통신업계나 프라이버시 보호가 중요한 연예계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도 용이하다. 소송과 비교하면 절차적인 유연성도 특징이다. 이 밖에 당사자가 직접 중재인을 선정할 수도 있고, 심리절차에서 당사자에게 충분한 진술권도 보장하는 점도 중재의 장점이다.”

 

 전문가에 의한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중재 제도의 특징이다. 법률, 건설, IT 등 특정 업역(業域)에서 수십 년 이상 전문성을 쌓고 활동한 분들이 중재인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맹 원장은 “예를 들어 복잡다기한 건설공법이 가미된 건설분쟁 사건이나, 첨단정보통신기술의 IT 콘텐츠분쟁 사건의 경우 법률 지식과 함께 특정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가 요구되지만, 이 경우 분쟁 당사자 모두 만족하거나 수용할 만한 결과를 얻기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면서 “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별도의 감정절차를 밟으려 해도 감정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중재의 경우 전문가 집단이 중재판정부에 들어감에 따라 추가 감정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정확히 사실관계를 규명해 판정을 내릴 수 있고, 그 결과에 대해 당사자들이 수용하면서 자발적 이행을 하는 비율도 매우 높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최근 싱가포르 ICC 중재재판소에서 위메이드의 승소로 마무리된 사건의 경우 분쟁 금액이 조 단위였다는 점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중재를 통해 지킨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법조·학계·실업계 등 최정예 전문가 중재인 위촉 

 

 중재는 민간 전문가에 의한 최종적인 판정을 구하는 제도란 점에서 대한상사중재원은 중재인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대한상사중재원엔 총 1715명의 중재인이 위촉돼 있다. 법원과 검찰 등 법조계에서 고위 관료를 지낸 중재인뿐만 아니라 학계, 실업계의 전문가도 중재인 인력풀에 속해 있다. 

 

 맹 원장은 “중재 판정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로 구성된 중재인단을 갖추고 중재인 선정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국내 최고의 중재 전문가로부터 중재 법규를 포함해 실무적인 중재신청부터 판정까지 일련의 과정을 집중적으로 수강할 수 있는 '중재 CEO 아카데미' 과정 운영하고, 대법관 출신 법조인 등으로 구성된 외부자문위원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중재인을 위촉하며 공정성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맹수석 대한상사중재원장이 중재 제도의 특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맹 원장은 중재 제도는 사법상 거래와 관련한 대부분의 분쟁을 중재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건설·금융·합작투자 등 복잡하고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한 분야, IT·지식재산권 등 신속한 해결이 필수적인 분야, 첨단기술·방위산업·엔터테인먼트 등이 이러한 범주에 속한다. 기업 간, 기업과 개인 간, 개인 간의 거래 관련 분쟁뿐만 아니라, 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관련 분쟁도 중재를 통해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맹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외국 당사자가 관련된 무역, 해사, 해외투자 등 국제투자 및 국제거래 분쟁도 국제중재 제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면서 “일반 대중이 자주 사용하며, 저렴하고 신속한 해결이 필요한 도소매 및 판매, 인테리어, 광고, 프랜차이즈 분야도 중재를 통한 해결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전자중재시스템 도입 시급…아시아 중재 허브로 도약”

 

 맹 원장은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중재 중심지로 비약하는 걸 꿈꾼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제도 활성화 의지를 비롯해 다양한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전자중재시스템 도입은 맹 원장의 가장 큰 관심 분야 중 하나다. 전자중재시스템은 주요 중재과정을 전자화하고 온라인 실시간 자료 열람, 화상 심리 등을 원스톱으로 구현하는 개념이다. 

 

 그는 “대한민국 법원은 일찍이 전자소송을 도입하고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데 아주 호평을 받고 있다”면서 “소송과 마찬가지로 중재 분야에서도 국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선 전자중재 도입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2021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법원은 전체 민사접수 건수의 91.2%를 전자소송으로 진행했다.

 

 맹 원장은 “정부는 대한민국이 중재 강국으로 비약할 수 있도록 관심 더 가져야 한다”면서 “특히 전자중재시스템을 조속히 구현해 우리 국민과 기업들의 중재 제도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제중재사건의 국내 해결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수출입기업의 분쟁해결비용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미 미국, 영국, 스웨덴, 중국, 홍콩 등 주요 중재기관은 중재 관련 서류의 전자송달, 중재 절차 일정 관리, 중재인 공지사항 게재, 분쟁 당사자 간 커뮤니케이션 등이 가능한 온라인 사건관리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대한상사중재원은 지난해 전자중재시스템 구축을 위한 1차 예산 4억5000억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연내 전자중재시스템 구축을 완비하기엔 추가 예산 투입이 필수적이다. 끝으로 맹 원장은 “전자중재시스템 구축엔 대규모 재정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 예산 당국과 입법부, 그리고 법조단체 모두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중재 허브로 거듭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대한상사중재원. 오현승 기자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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