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금(金) 양성화 정책에 따라 출범한 KRX금시장이 어느덧 열 돌을 맞았다. KRX금시장은 수입금 관세 면제, 100g짜리 미니금 종목 추가 상장 등 시장활성화 지원 정책에 더해 국제 금융시세와의 괴리율을 크게 낮추며 국내 금 대표가격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KRX금시장과 국내 금 유통시장이 더욱 발전하려면 시장 표준화 및 신뢰성 제고 노력, 투자자 대상 홍보 활동 강화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석현경 한국거래소 금 시장팀 팀장은 21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진행한 ‘KRX 금시장 10주년 성과 및 향후계획’ 주제 발표에서 “KRX금시장은 실시간 경쟁으로 형성된 단일의 공정가격을 제공하고 유동성 공급을 통해 국제가와의 괴리율을 낮추는 등 공신력 있는 국내 금 대표가격으로 자리매김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KRX 금시장 개장 초기 0.9%까지 벌어졌던 국제 금 시세와의 괴리율은 최근 0.1~0.2% 수준으로 좁혀졌다.
석 팀장은 이어 “KRX금시장은 KRX금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등 투자상품을 다양화하고 실물사업자의 원자재 조달 및 안정적 신규 수요창출 채널로 기능하며 실물사업자 성장에도 기여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증권사에 개설된 금 현물 계좌 총수는 2021년 88만5000개에서 지난해 111만1000개까지 늘었고, 금 거래량도 큰 폭 증가해 코로나19 시기(2020~2020년)엔 연간 거래량이 20톤을 넘기도 했다”고 KRX금시장의 그간 성과를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선 국내 금 시장의 바람직한 성장 방안을 둔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우선 RE100등 글로벌 친환경 정책 확대에 발맞춰 재생금 유통을 활성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대표는 “고금(古金)과 산업체를 통해 발생한 스크랩을 재생금으로 활용하면 금광 채굴 시 배출되는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면서 “이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테슬라, 판도라 등 주요 기업들이 재생금 사용을 늘려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금 유통 시장의 표준화 및 신뢰성 제고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런던은 1987년 LBMA를 개장해 국제 현금 금 시세의 표준으로 자리잡았고, 싱가포르가 설립한 SBMA은 아세안 불리언 시장을 통합하며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은 이제서야 음성 금 시장을 개선할 방향을 논의하고 있고, 여전히 함량 미달금 이슈가 끊이지 않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송 대표는 “부가세 환급 등의 조처가 고금의 음성 거래를 줄이고 금 시장을 양성화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국거래소도 금 시장 내 품질 개선의 중요성에 공금했다. 금 품질 인증과 관련해 김재향 한국거래소 상무는 “장외 사업자들이 한국거래소에 여러 가지 건의를 해주고 있다”면서 “지난해부터 유관 기관과 심도있게 논의 중인데, 품질인증이라든지 이런 부분이 원활히 되도록 저희들이 고민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금 선물 시장이 보다 활성화된다면 유동성공급자(LP) 입장에서도 도움이 될 거란 의견도 나왔다. 지현준 한국투자증권 본부장은 “국내 금 선물시장이 아직 발전되지 않아서 LP 입장에선 해외 선물을 이용해 헤지(hedge)해야 하는데 이에 수반되는 비용이 부담 요인”이라면 “ETF 또한 레버리지, 인버스 등이 활성화된다면 금 현물과 금 선물이 동시에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최근 금 가격이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향후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찬영 KB자산운용 본부장은 “금을 투자하려는 수요가 비트코인으로 일부 이동했다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최근 실질금리가 높게 유지되는 등 금 가격에 비우호적 상황인데도 (금값이) 견조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데, 실질금리의 반비례하는 금의 가격구조를 살펴보면 향후 금 가격은 희망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향후 KRX금시장에 대해 네이버 금시세 표출, 뉴미디어 활용 등 홍보 활동과 제도 개선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석 팀장은 “규정, 세제, 인센티브 등 제도개선 필요하다면 유관기관, 시장 참여자들과 개선해나갈 것’이라면서 “KRX금시장이 대표 금 현물 시장으로 자리잡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