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 올드카에 대한 의미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그저 오래된 차를 지칭하는 단어 그대로의 의미다. 두 번째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차량을 관리해가면서 타는 마니아들의 소유물을 뜻한다. 이른바 ‘클래식카’의 범주에 속하는 개념이다. 시대적인 역사성을 가지고 있고, 고전적인 디자인이지만 보편적인 미학성이 우수해 복원 및 보존 가치성이 높은 자동차다. 보통 해외의 차량들은 1960년대, 우리나라 차량은 1980년~1990년대 생산 차들을 일컫는다.
실제로 보면 그 ‘멋짐’에 감탄이 나온다. 그래서일까, 그 ‘향수’를 누리고 싶은 이들이 국내에서도 점점 늘고 있다. 올드카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최근 올드카를 전문적으로 복원 및 수리하는 스페셜리스트, 정성훈 코스오토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올드카에 대한 솔직한 조언
카레이서 출신인 정성훈 대표는 15년 동안 올드카 복원 및 수리에 몸담아온 전문가다. 정 대표는 ‘그저 멋있어보인다’고 초보자가 올드카를 구매했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각종 커뮤니티에서 무턱대고 디자인 향수에 취해 중고차시장에서 올드카를 샀다가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이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관리가 덜 된 차량을 매입했다가는 부품 수급은 물론 고칠 수 있는 정비소 자체가 드물어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동네 카센터에 갔다가는 ‘취급 불가’ 판정을 받고 또 다른 정비소로 견인차량을 불러 이동해야 할지도 모른다.
정 대표는 “올드카에 접근할 때도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을 해보고 입문을 해야 한다”며 “국내에서는 자가 정비가 허용이 안 되기 때문에 공업사가 가면 공임이 필수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어린이와 중장년층이 가는 병원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전문의가 다르고 보유하고 있는 의료기구와 노하우가 다르다. 단순 감기약을 처방받기 위해 가는 동네 내과와도 다르다.
정 대표는 “올드카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곳과 전문으로 하지 않는 곳의 차이는 분명하다”며 “우리 코스오토는 올드카 복원이나 접촉 사고 수리 같은 것들을 원스톱으로 케어할 수 있다. 여타 다른 곳과 가장 큰 차별성”이라고 짚었다. 이어 “일반적인 튜닝숍 같은 곳은 자동자 전문정비업 3급 면허를 가지고 있는데, 3급 면허는 일반적인 소모품을 교환할 수 있는 카센터라고 보면 된다”며 “그 이상의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허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드카는 연식을 따지면, 중년도 아닌 노년층의 나이인 만큼 차량의 역사, 담당 수리점, 부품 수급이 가능한지 알아봐야 하며 외관, 내부 관리에 대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인지해야한다. 또 데일리카로 사용하기엔 어려운 점들이 있다. 대부분의 소유자가 주로 세컨카로 이용하다 보니 주차 공간 확보 역시 사전에 확실하게 점검해야 한다.
애정 어린 잔소리는 계속됐다. 정 대표는 올드카와 관련해 “사실 국내에서는 정비에 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없다”며 “금전적인 부분이 민감하게 와 닿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올드카를 타려면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냉정히 대한민국에서 올드카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각종 법적인 문제를 포함해 정비 인프라와 대중의 인식이 자동차 선진국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 법과 제도가 폐쇄적이기 때문에 올드카 문화는 현 시점에서는 마니아의 문화로밖에 남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 “누군가가 올드카를 구입해 정비를 해가면서 차를 타고 다니는 것만이 대중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올드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는 것도 일조의 대중화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궁금해졌다. 이토록 수많은 난제에도 올드카를 사랑하는 이유는 뭘까. 정 대표는 “자동차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좋아하는 방식들이 조금씩 다르다”며 “수만 가지 부품이 조합된 자동차는 어디가 고장 났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튜닝이나 복원시 원하는 결과물과 다르게 나왔을 때 고충이 크지만 결국 마무리해 출고할 때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웃었다.
실제로 이날 코스오토에는 BMW 3시리즈의 시초라 볼 수 있는 1983년식 BMW E21과 1971년식 포드 머스탱 보스 351이 수리를 마치고 위풍당당하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카레이서의 인생 대신 올드카 스페셜리스트로
정 대표는 레이싱 계열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뒀던 소위 ‘스타’였다. 하지만 카레이서에겐 치명적인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트랙을 떠났다. 앉은 상태로 온 정신을 집중해야하는 카레이서에게 허리 통증은 공포로 다가왔다.
레이서 시절 7회 연속 폴 포지션(출발선에서 선두에 서는 차량으로 예선 성적이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뒀을 때 주어짐)을 기록한 만큼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한국레이싱계의 전설로 통하는 이재우가 당시 세웠던 폴 포지션 최고 기록이 9회 연속이었다. 실로 엄청난 실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또 다른 방식으로 자동차에 대한 애정을 쏟아붓고 있는 인생을 살고 있다. 정 대표는 “아쉽지는 않다”며 “제가 원하는 만큼 기록이 나왔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후 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정비 기초를 토대로 카레이서 시절까지 이어졌던 자동차에 대한 애정을 올드카 정비에 쏟아붓기 시작했다. 2005년 처음 정비소를 오픈해 어느덧 15년 동안 해당 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다.
◆올드카 복원의 추억과 앞으로의 길
그렇다면 어떤 차량들이 뇌리에 남았을까. 정 대표는 “첫 번째는 닷지 바이퍼다. 당시 정식 국내 수입된 차량 3대 가운데 1대였는데, 보디 자체가 카본으로 돼있었기 때문에 복원 자체가 힘든 작업이었지만 결국에 완성해냈다”고 뿌듯해했다. 이어 “삼성물산에서 의뢰한 작업으로 가든파이브에 전시할 아이오닉을 토대로 한 미래 지향적인 차량 작업의 의뢰 건이었다”며 “작업한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 최근에도 여전히 전시돼 있어서 흐뭇하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의 작업철학과 철칙은 완성도다. SNS 등의 홍보활동을 일체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통하는 스페셜리스트다. 정 대표는 “고객이 늘다 보면 시간에 쫓기게 되고 작업 퀄리티나 여러 가지들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코스오토의 차별점은 금전적인 사업 성장보다는 작업의 퀄리티 쪽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세도 자연스럽게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정비소에 오면 먼저 장갑을 찾고 옆에서 정비 모습을 항상 관심 있게 지켜봤다고 한다. 아들에게 자동차 관련 직업을 물려줄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정 대표는 “나름 굉장히 성취감도 있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들이 만약에 제가 가는 길을 가겠다고 하면 말릴 생각은 없다. 본인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웃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사진=김두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