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 선행지표로 통하는 메모리 D램 현물 가격이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메모리 공급사들의 감산에 따른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시장 회복에 더욱 힘이 실린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삼상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부가 제품에 주력하며 수익을 높일 방침이다.
10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범용 제품인 ‘DDR4 8기가비트(Gb) 2666’의 현물 가격은 8일 기준 1.937달러다. 지난해 9월 4일에 기록한 연중 최저가(1.448달러) 대비 5개월여 만에 33.8% 상승한 수치다.
용량이 더 큰 ‘DDR4 16Gb 2666’도 현물 가격이 3.673달러로, 지난해보다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9월 7일의 연중 최저가 2.715달러에서 35.3% 올랐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전방 IT 수요 부진 여파로 2022년 2월 이후 줄곧 하락세였지만, 공급사들의 감산 효과와 재고 소진 등이 맞물리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D램 현물 가격은 지난해 9월 초를 기점으로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D램 현물 가격은 기업 간 계약에 따른 고정 거래 가격과 달리 중소기업이나 소비자가 직접 거래할 때 적용되는 가격이다. 통상 3~4개월 시차를 두고 고정 거래 가격과 비슷한 흐름을 보여 시장 선행 지표로 통한다.
실제로 지난해 D램 고정 거래 가격 역시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 연속 올랐다. D램익스체인지가 집계한 ‘DDR4 8Gb’ D램 제품의 1월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전월보다 9.09% 오른 1.8달러로 집계됐다. 가격 반등이 시작되기 전인 작년 9월의 1.3달러 대비 38.5% 오른 수준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공급사들이 지난해 하반기 감산을 통해 재고 부담을 줄였고 출하량을 조정해 가격 반등을 끌어냈다”며 “구매자들도 활발히 재고를 비축하면서 작년 4분기부터 유의미한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견조한 소비, 지속된 감산 효과, 재고 비축 수요 등에 따라 올해 1분기도 가파른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시장 회복으로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분야에서 안정적인 성적을 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며 수익성 확보에 나선다.
1월 31일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 측은 “지난해 4분기 D램 부분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며 “올해 1분기 IT 시황이 점진적으로 회복하는 가운데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로 수익성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달 25일 실적발표회를 가진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분기 평균판매단가가 상승하는 등 메모리 시장 환경이 개선됐고, 주력 제품인 DDR5와 HBM3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4배,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며 “올해도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생산을 늘리며 수익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