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이 확정됐다.
포스코홀딩스는 8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을 그룹 회장 후보인 사내이사 후보로 선정하고,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안건을 결의하기로 했다. 장 후보가 회장직에 오르기 위해서는 3월21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야한다. 특히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동의를 먼저 얻어내야하는 절차가 남았다.
그간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내부인사 3명, 외부인사 3명으로 구성한 ‘파이널리스트’ 후보자 6명을 대상으로 2월7일과 8일 이틀 간 심층 대면 면접을 실시했고 이날 오후 늦게 최종후보 1인을 확정했다.
후추위는 장 후보가 미래 도전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과감하게 실행할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그룹의 핵심 사업과 개선점에 대한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미래 비전을 명확하게 실현해 낼 후보로 평가했다. 또 그룹의 조직문화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장 후보는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 학사 및 석사, 미국 MIT 해양공학 박사를 취득하고 198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으로 입사한 뒤 RIST 강구조연구소장, 포스코 신사업실장, 철강마케팅솔루션실장, 기술투자본부장, 기술연구원장 및 철강생산본부장 등을 역임한 철강 및 신사업분야의 전문가다.
2018년 당시 사업형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했던 포스코의 철강부문장(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노사관계에서는 사측 대표로 활동하면서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등 덕장형 리더로 평가 받았다.
장인화 최종 후보 프로필
▲1955년생 ▲경기고 ▲서울대 조선공학과 ▲미국 MIT대학원 해양공학과 ▲포스코 기술투자 본부장 ▲포스코 철강솔루션마케팅실장 ▲포스코 신사업관리실장 ▲포스코 철강생산본부장 ▲포스코 철강부문장
◆국민연금의 동의가 필요
후추위가 포스코그룹의 회장 후보로 장 전 포스코 사장을 낙점했지만 그대로 회장직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장 후보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회장 부임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보다 앞서 후추위 인선 과정을 비판해온 포스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동의를 받아야한다.
포스코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지분 6.71%를 소유한 국민연금공단이다. 국민연금은 KT, 포스코 등 ‘소유분산기업’의 대표이사 선출 과정에 적극 개입해 왔다. 특히 주주권 행사를 결정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통해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를 꾸준히 지적했다. 향후 포스코 주총에 상정될 장 회장 후보의 회장 선임 안건 역시 국민연금 수책위에서 먼저 다룬다.
국민연금 수책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포스코 회장 선임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이 경우 후추위를 해산하고, 새로운 이사진을 꾸려 회장 후보자를 다시 뽑아야 한다.
앞서 국민연금은 KT의 차기 CEO 인선 과정에서도 윤경림 전 사장 후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고 윤 전 사장 후보는 낙마했다. 이번 포스코 회장 후보 선정 과정에서 최정우 현 포스코그룹 회장이 후보군에서 제외되고, 몇몇 내부 인사들이 파이널리스트에 들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범대위와 노조의 산도 넘어야
또 다른 걸림돌도 있다.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위원장 강창호) 소속 대책위원과 대한민국 호국총연합회(회장 윤항중) 소속 회원 등 100여명은 이날 오전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후추위의 자진 해산을 요구하며 집회를 개최했다.
양 단체 회원들은 “후추위가 정당성과 도덕성을 상실한 만큼 현재 진행하고 있는 후추위 활동과 그 결정은 원천 무효”라며 “서울경찰청 금융수사대는 관련자를 즉시 공개 소환해 엄정하고 신속히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현재 후추위는 호화 출장 등으로 인한 배임혐의로 도마에 올랐다. 최정우 회장이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해외 이사회를 진행하며 7억원가량의 비용을 불법적으로 집행했다는 의혹이다. 현 후추위에 소속된 사외이사들이 당시 해외이사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포스코홀딩스가 회삿돈으로 전·현직 회장의 호화 별장을 매입 및 운영한 혐의가 포착됐다. 이런 이유로 범대위와 시민단체는 후추위의 활동 중단과 해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노조의 시선도 불편하다. 앞서 포스코노조는 지난 6일 포항시청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추위를 신뢰할 수 없으며 차기 회장은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포스코를 사랑하는 사람이 와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권기범 기자 polestar17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