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談談한 만남] 박준범 은퇴연금아카데미 대표 "국민연금 보험료율 등 단계적으로 높여가야"

지난해 12월 18일 강남역 브이커넥트 인터뷰센터에서 박준범 한국은퇴연금아카데미 대표이사 겸 성균관대 겸임교수와 연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김용학 기자

 건강한 노후는 누구나 바라는 삶이다. 탄탄한 노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젊을 때 미리 준비해야 한다. 노후 걱정이 필요 없는 경우라면 예외겠지만, 대다수의 국민은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몸도 건강하고,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금 전문가로 꼽히는 박준범 한국은퇴연금아카데미 대표이사 겸 성균관대 겸임교수는 연금을 꼼꼼하게 준비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꼽았다. 

 

 국가는 국민의 은퇴 후 소득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으로 각종 연금제도를 마련한다. 우리나라는 크게 ▲공적연금(기초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다층 구조로 노후 소득 보장체계를 쌓는데, 박 교수는 “연금은 국가가 시스템적으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며 “만약 연금 보장을 잘 준비했는데도 노후에 받는 금액이 최저 생활비도 안 된다면 국가가 세팅을 잘 못 한 것”이라면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최근 박 교수를 만나 우리나라 연금 시스템의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과제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어떻게 높여야 할까… “결국 단계적 상승 해야”

 

 박 교수는 삼성생명에 입사해 연금과 관련된 업무를 다양하게 맡았다. 박 교수가 회사에 입사한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연금의 개념이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연금의 중요성 또한 지금보다 낮았다. 

 

 박 교수는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인 평균 수명은 70세 정도였다. 노후를 준비하기보다는 정년 이후 10년 조금 더 있다가 생을 마감하는 시절이었다 보니 연금의 중요성이 낮았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고령화에 수명도 늘다 보니 연금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며 연금 효율성이 높아지기 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도 평균 수명은 71.7세로 남자 67.5세, 여자 75.9세였다. 30여년이 지난 2022년에는 평균 82.7세로 남자 79.9세, 여자 85.6세로 늘었다. 최근 2~3년 사이에 평균 수명이 소폭 줄긴 했지만 평균으로는 10년 넘게 증가했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연금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최근에는 공적연금에 해당하는 ‘국민연금’의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지금까지 두 번의 개혁이 있었다. 연금개혁의 큰 움직임은 소득대체율(받는 돈, 가입 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을 낮춘 것인데, 첫 개혁이 일어났던 1998년에는 월 소득 대비 9%의 보험료율(내는 돈)을 내면 추후에 받는 소득대체율을 기존 70%에서 60%로 낮췄다. 2차 개혁 때인 2007년에는 소득대체율이 50%로 낮아졌고, 2028년까지는 0.5%포인트씩 낮아져 40%가 되도록 설계했다. 

 

 지난해 정부의 제5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에 따르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지 않으면 2055년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된다고 나오면서 연금 고갈에 대한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 등 여러 분야에서 이 비율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시나리오는 많이 냈지만, 경제 상황을 비롯해 정치적 이슈 등으로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올해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출범식을 열고 공식 활동에 돌입했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 수준으로 재정계산위위원회에서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 현재 63세인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지연 등 여러 안건이 놓여 있다. 

 

 박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속도를 보면 당장 보험료율 등을 많이 올려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박 교수는 “갑자기 (소득대체율을) 15%로 높이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점차 높이는 게 맞고, 수급 개시도 2~3년은 늦춰야 한다”며 분명한 건 이를 단계적으로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험료율을 올렸을 때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한계 상황에 직면할 수 있어 이에 맞는 대책도 함께 나와야 한다”고 더했다.

 

 연금 고갈에 우려 대해 박 교수는 “국가가 파산되지 않는 이상 국민연금은 반드시 받는다”면서 “우리가 일반 세금 외에 국민연금 보험료를 따로 냈기 때문에 반드시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연금 재정 부분에서 압박이 올 것이라는 건 누가 보더라도 명확한 사실이라 연금개혁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 개혁의 주체가 중요… '청년층' 움직여야

 

 박 교수는 이와 함께 연금개혁 주체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개혁 주체가 50~60대로 기성세대가 한다. 현장과 국민의 소리를 듣고 개혁을 할 텐데 여기서 국민의 소리는 누가 낼 것인가가 '문제'"라면서 "어떤 계층이 목소리를 많이 내는가를 봐야 한다. 개혁의 주체가 되는 이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청년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미래세대 부담이 덜 할 것”이라며 “형평성을 고려한 개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요구해야 한다. 그러려면 (청년층의) 자발적인 관심이 필요하고 정부도 연금에 대한 홍보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 청년층은 당장 취업부터 집 문제에, 만약 결혼한다면 결혼 자금과 아이 보육비까지 해결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연금에 대해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어 보인다”며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적립금과 수익률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해 말 기준 기금 적립금은 999조원이며 운용수익금은 543조원이다. 연평균 누적 수익률은 5.11%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구조적인 저성장으로 수익률 제고가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박 교수는 국민연금에 이어 퇴직연금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는 300인 이상 대기업의 퇴직연금 가입률은 91.4%로 높은 편이지만, 30~299인 사업장은 78.1%, 30인 미만은 24%로 가입률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박 교수는 “독일의 리스터(Riester) 연금, 영국의 네스트(NEST) 연금,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 등 다른 국가의 연금제도는 부분적으로 벤치마킹할 수 있는 모델”이라면서도 “중요한 건 정부의 보조금과 세금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국민이 세금을 많이 낸 만큼 국가가 노후 보장을 확실히 하고, 복지를 잘해준다면 더 내는 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조심스러운 사견을 내비쳤다. 

 

그는 “국가가 하라는 대로 3층 연금 보장을 다 해놨는데도 마지막에 뚜껑을 열어보니, 노후에 받는 생활금액이 최저 생활비도 안 된다면 그건 국가가 세팅을 잘 못 한 것”이라며 “선진국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 있어도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는 형태로 돼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게 아니기 때문에 이를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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