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팜젠사이언스 김혜연 대표 “개량신약·기술이전 중점…매출 3000억 목표”

김혜연 팜젠사이언스 대표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매출 2000억 고지를 넘어 3000억을 향해 가고 싶어요.”

 

 김혜연 팜젠사이언스 대표는 흔치 않은 제약사 여성 CEO다. 신약개발에 관한 포부를 전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했고, 직원들의 이야기를 할 때는 한없이 따뜻했다. 김 대표는 진중하고 포용력 있는 리더십으로 기업과 직원이 함께 성장하는 팜젠사이언스의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16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팜젠사이언스에서 김혜연 대표를 만나 사업 성과와 전략,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팜젠사이언스는 치료제 중심의 의약품 제조·판매 업체로 순환기, 소화기, CNS약물, 항생제 등의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중심으로 성장 중이다. 주요 제품으로는 바르디핀정(고혈압 치료제), 리바틴정(고지혈증 치료제) 등이 있다. 1961년 수도약품공업으로 출발, 2019년 8월 체외진단 전문글로벌 미국기업 ‘엑세스바이오’의 지분을 인수했고, 2021년 3월 ‘팜젠사이언스’로 사명을 변경해 달려오고 있다.

김혜연 팜젠사이언스 대표. 김두홍 기자.

◆똘똘 뭉친 팜젠사이언스

 

 2012년부터 팜젠사이언스에 근무하고 있는 김혜연 대표는 2019년 대표이사로 취임하기까지 팜젠사이언스의 변화와 성장을 함께했다. 2011년 공동생동 제한 규제(생동성시험을 진행할 때 참여 업체 수를 2개로 제한)가 폐지됐고, 2012년부터 계단형 약가제도(제네릭 진입 시기가 늦을수록 한 달 단위로 가격이 떨어짐)가 사라졌다. 팜젠사이언스는 규제 완화를 발판 삼아 날개를 달았다.

 

 김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할 일이 많아졌다는 생각에 기뻤다”고 말했다. 위탁허가가 가능한 시절이었기에 100개가 넘는 허가를 냈다. 직원들과 고생을 자처하며 힘을 쏟아부은 덕에 2013년부터 신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그 배경엔 최고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 김 대표는 “위탁을 허가받는 것도 비용이 드는데, 직원들을 전적으로 믿어 주셨다. 적자로 힘든 상황에서도 제품 개발부터 허가에 이르기까지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셨다”고 공을 돌렸다.

 

 팜젠사이언스는 김 대표가 몸담은 세 번째 회사다. 긴 유학생활을 거쳐 다소 늦은 나이에 회사 생활을 시작한 김 대표는 이른바 ‘맨땅에 헤딩’조차 즐거웠다. ‘(재직) 10년은 넘기자’고 시작한 목표를 훌쩍 넘겼고, 지난해엔 10년 근속상을 받고 뿌듯하게 웃었다.

 

 팜젠사이언스는 유난히 장기 근속자가 많은 회사다. 김 대표는 “과거부터 똘똘 뭉친 사람들의 로열티가 있다. 목표를 정하면 함께 뭉쳐서 해낸다. 전국에 흩어져서 고생하시는 지점장님들을 보면 고개가 숙여질 정도다. 지금의 회사가 있기까지 직원들의 공이 컸다”고 말했다.

 

 여성 직원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지난달에는 글로벌R&D센터 센터장으로 송릿다 부사장을 영입했다. 28년의 신약개발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로 소화기 신약의 글로벌 진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한 발판이다. 송릿다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팜젠사이언스의 여성임원 비율은 22%를 넘어섰다. 연구개발 관련 여성임원은 66%에 달한다.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10대 제약사의 여성임원 비율이 15%인 것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R&D 분야의 여성인력 역량이 필수적’이라는 경영목표가 반영됐다. 팜젠사이언스의 여성 평균 근속연수는 7.3년. 업계 평균을 크게 넘어선다. 여성 임직원을 위한 복지제도는 물론 사내 분위기도 긍정적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김혜연 팜젠사이언스 대표. 김두홍 기자.

◆라이센스 아웃 위한 발걸음…글로벌 R&D 센터

 

 라이센스 아웃이란 기술이나 지적 재산권이 들어간 상품의 생산과 판매를 타사에 허가해주는 것이다. 쉽게 말해 기술 등의 수출이다. 김 대표가 추진하는 또 하나의 목표가 바로 ‘신약 라이센스 아웃’이다.

 

 김 대표는 “라이센스 아웃은 우리 신약 기술이 돈이 되겠다는 확신이 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기술을 내놨을 때의 반응까지 생각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술이 통하는가 고민하고, 탄탄하게 갖춰가면서 판매하고자 한다. 네 개의 파이프라인 가운데 하나는 라이센스 아웃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 개발 분야에 들어가는 비용은 엄청나다. 큰 비용이 투자되는 만큼 부담감도 당연히 따라온다. 본부장 시절에는 비용 조달을 위해 노력했다면 이젠 각 본부와 센터에 어떻게 하면 돈을 끌어다 줄 수 있을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김 대표는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컸다. 내가 생각을 5도만 틀어도, 결과의 폭은 엄청나게 달라진다. 내 결정이 중요하다는 것, 책임이 더 커졌다는 것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팜젠사이언스가 가장 공 들이고 있는 사업은 신약 연구소와 일반 연구소를 합쳐 개설한 ‘글로벌 R&D 센터’다. 신약 파이프라인 외에도 자가면역질환, 퇴행성질환, 통증 분야 등 고령화 및 글로벌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분야를 개발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엑세스바이오의 기술력도 인정 받고 매출도 성장했다.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 굳게 믿는다.

 

 R&D 파트는 비용을 투자한다고 결과를 곧바로 손에 쥘 수 없다. 향후 3년, 길게는 10년 이상 바라보며 계획을 세워야 한다. 먼 미래를 바라보며 후회하지 않을 과정을 그려야 한다. 신약 개발은 특히 어렵다. 추진하던 프로젝트가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적당한 때에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하나의 신약 개발을 위해 10년 가까운 시간을 투자하면서 동시에 퍼스트제네릭(약품의 특허 기간이 끝난 후 다른 제약사가 같은 약효·품질 제품으로 가장 먼저 만든 제품)도 병행해야 한다.

 

 신약과 퍼스트제네릭의 중간 단계로 개량신약이 있다. 팜젠사이언스는 2021년부터 서울대 생명공학공동연구원과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활용한 바이오 신약 발굴 위탁연구’ 과제를 진행해 AI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량신약 후보를 발굴해 현재 개발 중에 있다. 신약개발에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퍼스트제네릭을 기반으로 신약개발의 교두보격인 개량신약 개발까지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대표는 건강기능식, 화장품 등으로 폭을 넓혀 인지도를 높이고 의약품 수출에 신약 라이센스까지 단계적 성장을 위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 대표는 “제약업에는 제약이 많다”고 농담을 던지면서 “불특정 다수에게 우리의 기술을 마음껏 자랑할 수 있는 분야가 헬스케어 시장이다. 헬스케어 제품을 늘리고자 한다. 회장님의 강력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판매 법인을 따로 두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자사쇼핑몰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덧붙여 팜젠사이언스는 7월 산업통상자원부 ‘2023 월드클래스플러스’ 사업 지원에 선정돼 정부로부터 34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았다. 이를 통해 차세대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의 비임상 및 임상1상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 지원은 곧 기술에 대한 객관적인 증명이다. 개발을 위한 의지를 피력해 앞으로도 정부 지원을 유치하고자 하는 바람이 크다. 투자에 의미도 있지만, 정부의 지원으로 더 풍성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김혜연 팜젠사이언스 대표. 김두홍 기자.

◆기업·직원의 동시 성장…매출 3000억 향해

 

 김 대표의 경영철학 중 첫 번째는 ‘가고 싶은 회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즐거웠다. 잠시 해외생활을 하며 일을 쉰 적이 있는데, 그땐 아침에 일어나면 힘들더라”며 “그때 깨달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고 싶은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사가 발전하면 나도 발전해야 한다.” 김 대표의 두 번째 경영철학이다. 그는 “나는 정체해 있는데 회사만 발전하면 안된다. 직원의 역량과 회사를 함께 발전시켜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작이 반이다’는 문장이 좌우명이다. 시작을 하면 어떻게든 끝을 내게 되어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가 지금의 김 대표와 팜젠사이언스를 만들었다. 2021년 매출 1000억원 고지를 넘어선 팜젠사이언스는 2022년 1500억원까지 성장했다. 의약품뿐 아니라 건강·기능식, 화장품,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도 일궈냈다. 올해도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되고 있다.

 

 팜젠사이언스의 궁극적인 목표를 묻자 김 대표는 “매출 2000억 고지를 넘고 3000억을 향해 가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일단 500억을 넘으면 1000억, 1000억을 넘으면 2000억을 향해 간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그는 “우리 역시 매출 1000억원을 넘긴 이후 이를 실감하고 있다”며 “기존 제품만 가지고는 매출이 늘어날 수 없다. 수년 전부터 연구해야 내년에 빛을 볼 수 있다. 신제품이 늘어나야 한다. 퍼스트제네릭을 염두에 두고 신제품이 끊임없이 나와야 한다. 잘 될 것 같다”고 환한 미소로 답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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