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승의 금융키맨] 유재형 수은 타슈켄트사무소장 “한-우즈베크 상호 경제 발전에 온 힘”

지난해 초 부임해 우즈베키스탄 및 중앙아시아와의 경협 담당
"우즈베키스탄, 적극적 개혁·개방 정책·높은 출산율 등 잠재력 커"
수은, EDCF 통해 보건·의료 및 ICT 등 분야 중점 지원
"수원국 정부와 적극 소통…양국에 도움되는 사업 발굴 매진"

“우즈베키스탄의 경제 발전에 기여함과 동시에 우리 기업이 현지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다. 원조 후발국가로서의 한계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극복해내겠다.”

 

유재형 수출입은행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사무소장(46·사진)은 지난해 1월 현지 사무소에 부임해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더 나아가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간 경제협력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2004년 1월에 입행해 경협사업부, 경협기획실, 국별조사실 등을 거쳤다. 특히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총괄하는 경협총괄본부에서 잔뼈가 굵다. 타슈켄트사무소는 중앙아시아 5개국 중 수은의 유일한 사무소로, 현재 유 소장을 포함해 현재 다섯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유 소장은 지난 8일 오후 타슈켄트 시내 모처에서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우즈베키스탄은 이중내륙국인 데다 인프라가 낙후돼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개방 정책, 지속적인 출생아 수 증가, 높은 교육열 등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힘줘 말했다.

 

무엇보다도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펼치는 적극적인 개혁·개방정책이 눈에 띈다. 첨단기술을 기반에 둔 산업 고도화 정책, 인프라 개선 및 금융시스템 개혁 등이 대표적이다. 민간 및 외국인투자 유치를 촉진하고자 적극적인 친기업 노선을 표방한다는 점도 우리로선 기회요인이다. 장기집권에 따른 정치·사회의 안정성과 국민들의 높은 교육열, 풍부한 천연자원도 성장을 뒷받침할 요소다. 유 소장은 무슬림 국가 특성상 높은 합계출산율(약 2.7명) 또한 우즈베키스탄의 성장 동력이라고 꼽았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인구는 3600만명으로 중앙아시아 국가 중 단연 최대다.

 

그는 수은이 EDCF를 통해 우즈베키스탄의 성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EDCF는 개발도상국의 산업화 및 복지 증진을 돕고 한국 기업의 프로젝트 참여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맡는다. 우즈베키스탄엔 지난 6월 말 기준 17개 사업에 대해 총 9억3400만달러가 승인됐다. 유 소장은 “최근 공적개발원조(ODA) 규모 확대 및 우즈베키스탄과의 경협 중요성 부각 등에 따라 최근 3~4년 새 현지 EDCF 사업 규모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언급했다.

 

수은은 특히 보건, 의료 분야 지원에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유 소장은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주저없이 ‘아동병원 건립사업’을 거론했다.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이 곳은 타슈켄트에 소재한 총 275병상 규모의 병원이다. 그간 현지 아동 환자들이 타국까지 이동해 수술을 받아야 했던 한계를 극복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제는 의료시설이 열악한 주변국 환자까지 이 곳 아동병원에서 치료를 돕는다. 지난해 우즈베키스탄의 인구 1000명당 영아사망률은 12.4명으로 한국(2.4명)의 5배에 이르는데, 적기에 수술을 진행함으로서 영아사망률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

 

2021년 1월 28일 당시 방문규 전 수출입은행장(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왼쪽)과 티무르 이쉬메토프 우즈베키스탄 재무부장관이 ‘온라인 화상서명식’을 통해 타슈켄트 종합병원 건립사업 등에 총 1억6000만달러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제공하는 차관공여계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수출입은행 제공

 

더 나아가 수은은 EDCF를 통해 타슈켄트 종합병원 건설, 국립암센터, 의과대학 설립 등 제약 클러스터 구축 계획도 추진 중이다. 현재 설계사 선정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유 소장은 “한 나라의 보건 분야가 발전하려면 이렇게 네 가지 프로젝트가 메디컬 콤플렉스(의료복합단지)로서 함께 기능을 해야 한다”면서 “EDCF의 보건, 의료분야 지원이 우즈베키스탄의 구 소련식 낙후된 현지 의료시스템을 개선하는 유인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우리나라의 ICT 경쟁력 등을 고려해 전자정부 시스템 구축, 교육정보시스템 등의 사업도 지원할 예정이다. 타슈켄트 시내에 위치한 나보이 국립도서관의 도서관리시스템은 EDCF로 추진된 사례 중 하나다. 이 사업은 양질의 교육자료를 생성해 전국적 통신망을 통해 우즈베키스탄 전역으로 보급함으로써, 현지의 교육정보화 기반 마련 및 교육수준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타슈켄트 시내에 위치한 나보이 국립도서관. 사진=오현승 기자

 

EDCF가 역할을 더 확대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그는 원조 후발주자로서의 많은 부족함을 고려하더라도 사업 발굴 기능, 구매 행위 등의 측면에서 현장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유 소장은 “현장에선 수원국(受援國)의 개발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줄 알아야 하고, 각 정부부처와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진행 중인 사업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그는 향후 우즈베키스탄의 주요 프로젝트에 수은이 보다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는 각오도 드러냈다. 유 소장은 “이 곳에 부임해보니 과거 한국에서 담당했던 우즈베키스탄 관련 사업들이 현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마주하며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양국의 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사업을 발굴해서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타슈켄트=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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