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정이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상공인의 반발 등 현실적인 요건을 고려해 전면 적용보다는 유급휴가, 휴일 및 야간수당 지급 등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중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자 처우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이후 적용 범위를 점진적으로 넓혀 현재 5인 이상 사업장까지가 적용 대상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대통령령에 따라 최저임금 등 일부 조항만을 적용받는다. 때문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비롯해 법정 근로시간(현행 주 52시간), 유급휴가, 연장·휴일·야간수당 지급, 연차·생리휴가 등이 보장되지 못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는 313만8284명으로 전체의 17.3%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노동개혁 관련 자문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노동시간 유연화와 직무·성과급제 도입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정부에 전달했고, 이후 고용노동부도 올해 초 업무 추진 계획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포함했다.
국민의힘 역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의지가 크다.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법위원회 간사인 김형동 의원은 임금체계 개혁 방안을 담은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하기도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국적·신앙·사회적 신분에 따라 근로조건을 차별화할 수 없도록 규정하나, '고용형태'에 대한 부분이 빠져있어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원청-하청 간 임금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개정안은 법이 정한 '균등 처우의 원칙'을 보완, 고용 형태에 따른 차별을 추가로 금지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해 차별 금지 범위를 확대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입법화는 노동개혁을 추진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다만 추진 과정에서 소상공인의 반발이 거셀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인력 유출입이 잦고, 경기 변동에 민감한 영세 사업장의 근로 환경 특성상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되면 소상공인의 인건비 지출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출 요인이 더 늘어나게 되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무시 못할 부담이 된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올해 적용 최저임금(9620원)보다 24.7% 높은 시간당 1만2000원을 제시한 상태다.
소상공인의 부담 증가는 고용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가 발표한 '소상공인 최저임금 지불능력 및 최저임금 정책관련 실태조사'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사업체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나'(복수응답)라는 질문에 소상공인 58.7%는 '신규채용축소', 44.5%는 '기존인력 감원', 42.3%는 '기존인력의 근로시간 단축' 등을 선택했다. 소상공인 3명 중 1명(33.4%)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고용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이 고용한 근로자의 올해 1~4월 월 평균 인건비는 291만원으로 지난 2021년 1~4월(260만8000원) 보다 10.4% 증가했다.
이에 국민의힘과 정부는 영세 사업자들의 부담을 고려해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시 전면 적용보다는 단계적 추진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고 제한, 주 52시간 근로 준수보다는 연장·휴일·야간수당 지급, 연차·생리휴가 보장 등이 우선 적용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진희 기자 purpl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