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의 시대 <上> ] 침몰위기 전세시장...임대차 '갑을' 역전 심화

서울시내 한 부동산중개사무소에 게시된 전세 매물 정보. 뉴시스

[세계비즈=송정은 기자] 이른바 ‘역전세난’의 시대다. 전세 세입자들은 금리인상으로 늘어난 대출이자 부담, 여기에 전세보증금을 떼일지 모른다는 전세사기 공포 때문에 전세를 외면하고 있다. 집주인들도 편치 못하다. 각종 당근을 제시해도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이에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상·하편에 걸쳐 최근 역전세난의 발생 이유와 전망, 전세제도의 역할론을 되짚어 보고 전세사기 사례 집중 취재를 통해 피해 방지 대책 등을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금리인상보다 무서운 ‘역전세난’...세입자 못 구한 집주인 ‘발동동’<上>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비...늘어가는 전세사기에 피해자 ‘분통<下>

 

 “전세 계약하시면 샤넬백을 드려요”, “신축아파트 저층세대입니다. 전세 계약 체결 시 임차인 분께 순금 골드바를 드려요”. 

 

 지난해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됐던 게시글이다. 극심한 전세시장 침체로 집주인들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거나, 일부를 되돌려줘야하는 역전세난이 심해지면서 생긴 현상들이다. 

 

 30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건이라도 전세 거래가 있었던 서울 아파트 9606개 주택형의 전세가격을 2020부터 2021년까지 2년 간과 비교한 결과, 지난해 계약금액이 이전 2년보다 낮은 경우는 1774개로 전체의 18%에 달했다. 이는 전세 재계약 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 일부를 돌려주는 역전세가 현실화 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전세계약 갱신 비율도 줄어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주택의 갱신 계약 건 가운데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경우는 5171건으로 41.4%였는데, 이는 지난해 1월 59.0%과 비교해 17.6%포인트가 감소한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공급규제 정책 완화로 전세 물량까지 늘자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긴 세입자들은 전세계약 갱신이나 혹은 새로운 전세 계약을 맺으면서 임대인에게 더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는 현상도 흔해졌다.

 

 서울 성동구의 G 부동산 중개사무소 대표는 “인근 신축 아파트 단지의 경우 전용 85㎡가 최근 전세 약 7억원에 계약이 됐는데 2년 전에 비하면 약 3억 가까이 떨어진 수준”이라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차익 만큼 돌려받기를 원하는 세입자와 그게 힘든 집주인 간의 갈등 사례도 늘었다. 그래서 매달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월세 방식으로 매달 일정액을 입금하는 역월세 현상이나,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할 때까지 기존 세입자의 대출이자의 절반 가량을 내주는 경우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세입자들은 전세사기 공포로 이전보다 더 까다로운 기준을 집주인에게 적용하고 있다“며 “최근 전세주택 거래 시장에서 세입자가 집주인의 회사 재직 증명서와 국세·지방세 완납 증명서 확인 등은 기본이다. 집주인 면접까지 본다는 이야기가 결코 과장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역전세난은 올 상반기 대거 공급 예정된 아파트 등 공동주택 입주물량으로 인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부동산원 자료 등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2년까지 13년 동안 1년 평균 입주물량은 31만785가구였는데, 올해 예정된 입주물량은 35만6513가구로 평균을 크게 웃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여전히 이어지는 고금리 환경, 월세 시장으로 수요 이탈로 역전세난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지난해보다 올해 아파트 공급물량이 5만호 가량 늘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 상당수가 상반기에 예정돼 있다.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 이런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역전세난이 가속화하고 전세사기나 깡통전세 등 전세제도의 치명적인 단점이 부각되자 전세에 대한 회의감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세제도가 가진 서민들의 내집 마련과 목돈 운용을 위한 순기능이 여전한 만큼, 갭투자 등 전세제도로 인한 부작용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정부가 전세 안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해야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제도의 대표적 부작용으로 꼽히는 갭투자가 굉장히 위험한 투자패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임대사업자들에게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는 전세퇴거자금 대출을 한시적으로 늘리는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세 비용이 오르면 월세로 수요가 몰리면 월세 가격도 뛰어 전체적인 주거비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은행들이 전세대출 위주로 금리를 조정하는 등 완충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ohnny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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