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돌파구 찾는 4대 은행 <上> ] 성장판 닫힌 국내시장…새 먹거리 찾아 해외진출 잰걸음

4대 은행 해외 법인 상반기 순익 전년비 40% 성장
현지 네트워크 확대…지분 투자·현지 업체와의 제휴도 확대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한계에 다다른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이들이 해외에서 거둬들이는 당기순이익 규모도 매해 늘고 있다. 세계비즈는 <해외서 돌파구 찾는 4대 은행>시리즈를 통해 국내 주요 은행들의 해외 진출 현황과 그간의 성과 및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한 전략 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적극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지 법인을 두고 진출국 금융시장의 수요에 대응하는 데 더해, 현지 금융사의 지분을 사들이거나 현지 사업자들과의 제휴를 강화하는 등 그 방식도 다양하다. 글로벌 사업은 이미 은행의 핵심 성장동력의 하나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이 올 상반기 기록한 해외법인의 순익의 합은 4084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41.2%나 급증했다.

 

 우선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 중 베트남, 중국 등 해외법인 10곳에서 1929억원의 순익을 냈다. 특히 신한베트남은행은 신한은행 글로벌 사업의 핵심이다. 이 은행의 올 상반기 순익은 862억원에 달한다.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지 외국계 은행 중 가장 많은 46개 네트워크를 두고 있는데, 지난 2017년 ANZ은행 베트남 리테일 부문 인수 등을 통해 현지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더욱 넓혀나가는 모습이다.

 

지난 7월 29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진행된 신한베트남은행 판반찌 지점 개점식에서  (왼쪽 두 번째부터) 호찌민 총영사관 김원태 영사, 전필환 신한은행 디지털그룹장, 응웬티투하 베트남중앙은행 은행감독부 과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이 밖에 SBJ은행과 신한중국유한공사의 올 상반기 순익은 518억원, 2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5%, 252.1% 늘었다. 주요 신남방 국가에선 신한캄보디아은행과 신한인도네시아 은행이 올 상반기 각각 131억원, 59억원의 순익을 냈다. 지난 6월말 현재 신한은행은 해외법인 10개, 해외 지점 14개 등을 포함해 20개국에서 167개의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 중이다.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해외법인을 통해 1277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이 은행은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동남아 3대 법인’으로 꼽고 현지 영업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4년간 이들 3대 법인의 연평균 당기순이익 성장률은 26%에 이른다.

 

 한 예로 올 상반기 캄보디아우리은행은 300억원의 순익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3.4% 급증한 수준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와 WB파이낸스를 합병해 리테일 영업을 강화했고 지난해 말엔 상업은행 본인가도 획득했다. 이 밖에 베트남우리은행과 인도네시아우리소다라은행은 올 상반기 각각 239억원, 237억원의 순익을 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미국·영국·일본·홍콩·싱가포르·독일 등 선진 시장에선 글로벌IB 및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금융 분야에서 새로운 영업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인 우리소다라은행 전경. 우리은행 제공

 

 상대적으로 해외 진출이 늦었던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해외법인에서 42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7.5% 늘었다. 해외법인 중에선 지분 100%를 보유한 캄보디아의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가 상반기 1217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르면 내년 경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상업은행 전환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핵심 해외법인인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은 올 상반기 744억원(비지배주주 차감 반영 시 5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20년 부코인은행을 인수한 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디지털 전환, 희망퇴직 등의 작업을 진행 중이다.이 밖에 캄보디아 법인이 77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글로벌 사업에 힘을 보탠 반면, 중국 법인은 코로나 봉쇄 조치 여파로 97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국민은행은 이 밖에 일본 도쿄, 미국 뉴욕, 베트남 호찌민 및 하노이, 싱가포르 등 해외 10곳의 지점에서도 꾸준한 순익을 내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 상반기 해외법인에서 45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해외법인 실적만 보면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순익 규모가 줄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의 순익이 지난해 436억원에서 올 상반기 65억원으로 85.2%나 급감한 게 영향을 미쳤다. 중국 법인을 제외하면 올 상반기 인도네시아 법인인 PT Bank KEB Hana가 166억원, 비(非)아시아 지역에선 캐나다KEB하나은행, 독일KEB하나은행이 각각 71억원, 54억원의 순익을 냈다.

 

 다만 해외법인을 비롯해 해외 지점 및 현지 금융사 지분 인수를 통해 얻은 수익 등을 모두 포함한 하나은행의 글로벌 실적은 3200억원으로 훌쩍 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올 상반기 홍콩·싱가포르·런던 지점 등 일부 해외 지점의 순익은 개별적으로도 200억원 전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은행은 지난 2019년 7월 한화 약 1조 444억원을 투자해 베트남 자산규모 1위 은행 BIDV 지분 15%를 사들였는데 이를 통한 지분법 평가이익은 1037억원에 이른다.

 

 시중은행의 한 글로벌사업 부서 관계자는 “코로나 엔데믹 전환 등으로 현지 당국 및 금융권 관계자와의 소통 기회가 늘었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포화된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사업을 강화하려는 은행들의 움직임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hsoh@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