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박정환 기자]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인 가운데, 전국의 다른 정비사업지에서도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조합·시공사 간 갈등, 계약해지, 설계변경 등으로 공사가 미뤄지면서 공급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국 곳곳의 사업지에서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간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1만2000가구 규모의 둔촌주공 사업은 공정률 52% 상태에서 사업이 중단되는 유례없는 위기에 놓였다.
현대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로 구성된 시공사업단이 지난 15일 0시를 기점으로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 행사에 돌입하자, 조합은 전임 집행부가 시공사업단과 맺은 공사비 증액계약을 취소하는 것으로 맞섰다.
조합 측은 공사가 10일 이상 중단되면 시공사업단과의 계약 해지라는 초강수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둔촌주공 사업이 표류하면서 올해 서울 내 아파트 공급량도 급감할 전망이다. 당초 업계에선 올새 서울의 공급 예정 물량을 4만9000가구 정도로 예상했는데, 이 중 5분의 1가량이 증발하게 됐다.
문제는 다른 사업지에서도 공사가 미뤄지며 공급량이 더욱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도 공사비 갈등으로 인해 착공이 늦어지고 있다.
이 사업은 대조동 일대에 28개동, 2451가구를 조성하는 것으로 시공사는 현대건설이다. 당초 현대건설은 공사비로 3.3㎡당 528만원을 제시했는데, 조합 측이 인근 단지보다 공사비가 비싸다며 반발해 본계약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1·3구역도 분양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문1구역은 공급 물량을 2904가구에서 3069가구로 늘리는 설계 변경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분양이 미뤄졌다. 당초 오는 5월 분양 예정이었지만 하반기에나 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문3구역에선 시공사 교체 문제가 불거졌다. 이 사업지는 HDC현대산업개발·GS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착공 중인데, 지난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시공사 교체를 요구하는 조합원들이 급증했다. 이에 조합은 오는 30일 총회를 열고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공권 배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공사 현장에서 삼국시대 유물이 발굴돼 연내 분양이 불투명해졌다. 이 사업은 기존 16개동, 1507가구의 아파트 단지를 23개동, 2636가구로 늘리는 프로젝트다. 시공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HDC현대산업개발로 작년 12월 착공에 들어갔다.
서울 지역 정비사업이 잇따라 연기되면서 부동산 가격도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분양이 기약없이 미뤄지면 입주를 대기하던 수요가 매매 시장이나 임대차 시장으로 흘러가 집값이나 전셋값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사 지연이 지속될수록 비용 문제로 인한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가 계속 지연되면 최근의 시멘트, 철근 등 자재값 인상과 맞물려 공사비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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