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기자] 호텔 뷔페 레스토랑의 인기가 뜨겁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만석행진이 이어진다. 지난해 연말 15만 원 넘게 가격이 치솟아도 손님은 끊이지 않았다.
27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장기화 이후 일부 5성급 호텔의 인기 뷔페 레스토랑은 역대급 매출을 올려 F&B(식음)부문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방역 조치로 영업에 제한을 받거나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음식을 떠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겼지만, 손님은 쏟아져 들어왔다.
바이킹의 식습관에서 유래한 호텔 뷔페 레스토랑은 판매 가격 대비 원가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운영할 수 있는 좌석 수가 많고 2부제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손님이 몰리는 선순환이 시작되면 ‘복리 이자’처럼 수익이 무섭게 오른다. 반면, 좌석 수를 채우지 못하게 되면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몇 년 전 형성됐던 ‘서울 3대 뷔페’, ‘서울 5대 뷔페’ 구도는 이미 깨졌다. 90년대 IMF 직전 호텔뷔페 전성기에 이어 새로운 ‘춘추전국’ 시대가 도래했다. 서울 5성급 호텔 중 주중 점심 기준으로 10만원 이상, 주말 13만 원 이상을 받는 뷔페 중 당일 예약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예약이 몰리는 뷔페가 ‘1부 리그’, 그 아래가 ‘2부 리그’라 할 수 있다. 최근 ‘1부 리그’에 들어갈 만한 호텔 뷔페는 대략 7곳이 손꼽힌다. 이들은 고급화에 주력해 성공을 거뒀다. 소량 즉석조리, 중식과 한식 섹션의 강화, 식재료 차별화 등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내가 조선의 뷔페다’…. 조선팰리스 콘스탄스, 웨스틴조선호텔 서울 ‘아리아’
조선호텔은 ‘아리아’와 ‘콘스탄스’ 두 업장을 내세우는 ‘원투 펀치’로 뷔페 전쟁에 뛰어들어 호텔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조선팰리스 ‘콘스탄스’는 지난 연말 16만 원대 벽을 넘어서 주목받았다. 주중 점심/저녁 14만 원, 주말 16만원, 주말 빈티지 샴페인과 음료가 포함된 가격은 26만원까지 올라간다.
무턱대고 가격만 놓인 것이 아니다. 최상위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많은 부분에서 업계 통상 기준을 넘어섰다. 일식 섹션의 규모를 키우고 스시, 회, 텐푸라 등 메뉴를 업그레이드했다. ‘호마카세(호텔 뷔페+오마카세)’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스시조’, ‘홍연’의 DNA를 더하고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의 ‘아리아’의 노하우는 그대로 쏟아 부었다, 입구 전면에 디저트 섹션을 배치해 여성 고객들의 취향을 적극 반영했다.
기존 뷔페에서 보기 어렵던 하우스 메이드 샤퀴테리 같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고층부 전망과 자연 채광을 즐길 수 있는 탁 트인 실내는 타 호텔 뷔페와 차별화되는 장점이다. 조명 시설을 세심하게 설계해 SNS에 올릴 사진이 잘 나온다.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의 ‘아리아’ 뷔페의 위상도 여전하다. 골수팬이 많기로 유명한 아리아는 ‘가짓수는 적지만 맛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꾸준히 받고 있다. LA갈비, 육회, 잡채같은 기본 메뉴에도 꾸준한 개선과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엿보인다. 스시코너에 야채롤이 있고, 여러가지 샐러드, 채소로 만든 커리 등 다양한 비건 대응 메뉴가 마련돼 있다. 점심은 12만 5000원, 저녁은 13만 5000원, 주말14만 5000원이다.
▲‘넘사벽+초격차’, 서울신라호텔 ‘더 파크뷰’
서울신라호텔의 뷔페 레스토랑 더 파크뷰는 국내 호텔 업계 뷔페 고급화를 주도했던 ‘성지’같은 곳이다. 어느 호텔 뷔페가 뛰어난지 알고 싶다면 일단 신라호텔부터 방문하는 것이 정석. 브런치(점심) 주중 14만원, 저녁은 주중 주말 구분 없이 15만 5000원이다. 새벽 5시 30분부터 밤 10시 무렵까지 연중무휴 운영하는 이곳은 일 년 내내 만석 상태다. 305석 객실과 5개의 룸은 어느 시즌이나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아침 메뉴가 실하기로 소문나서 조찬 모임이 끊이지 않는다. 식재료의 품질과 개별 메뉴의 완성도가 무척 높고 해외 유명 세프들에게 기술을 이전받은 노하우가 접시마다 오롯이 담겨 있다. 샐러드, 스시, 주스류가 특히 훌륭하고, 전문 인력이 즉석에서 만드는 딤섬과 중식면은 다른 호텔이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이다.
▲‘글로벌 체인 호텔’의 저력, 롯데호텔서울 ‘라세느’
‘업스케일 뷔페 레스토랑’을 추구하는 라세느도 고정팬이 많은 곳이다. 주중 점심 13만 5000원, 저녁과 주말은 15만 원을 받는다. 전체 구조는 아시안식, 일식, 양식, 누들, 콜드밀(Cold Meal), 코리안 그릴, 디저트, 바 등 8개의 라이브 섹션에서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스튜디오 타입의 라이브 키친이 중심선을 따라 배치된 구조다.
20개가 넘는 해외 호텔을 거느리며 ‘글로벌 체인 호텔’로 도약한 롯데호텔의 저력은 베트남 음식 등 다양한 메뉴 구성에서 드러난다. 다양한 아시아 국가 음식이 오감으 만족시켜준다. 중식 메뉴가 다양하게 제공되는데, 여경옥 세프의 ‘도림’의 향기가 난다. 디저트 메뉴를 한 입 사이즈로 제공해 깔끔한 느낌을 준다. 라세느의 시그니처 메뉴인 양갈비는 최근 RMR버전으로도 출시했다.
▲강남 스타일, JW메리어트 서울 ‘플레이버즈’
최근 재개관한 JW메리어트 서울의 뷔페 ‘플레이버즈’는 강남권의 압도적인 구매력을 등에 업고 화려한 메뉴 구성을 선보이며 고속 성장을 거듭해 왔다. 3월부터 주중 점심 14만 2000원, 저녁과 주말은 15만 7000원이다.
라이브 스테이션이 7개(샐러드, 수프, 씨푸드, 그릴, 콜드 & 핫, 라이브 스테이션, 디저트 섹션)마련돼 있고, 억대 가격을 자랑하는 냉장 쇼케이스와 고품질의 식기류 등 하드웨어에도 무척 신경을 썼다. 해산물 코너에 거대한 참치를 통째로 올려놓는 등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근에는 한식 섹션을 별도 공간에 마련했고, 중식 메뉴를 강화했다. 채식 트랜드에 맞춰 샐러드의 다양성도 보강했다. 3일에 걸쳐 4시간씩 훈연하고 6시간 건조하는 방식으로 제공되는 홈메이드 훈제 연어가 유명하다.
입구부터 고기굽는 향기 가득한, 그릴 섹션이 강한 뷔페다. 비밀 양념에 절이고 참숯을 사용하는 대형 그릴에서 바로 구워 제공되는 LA 갈비 및 다채로운 육류 메뉴를 제공한다. 귤 같은 계절감 살린 과일 제공도 눈에 띈다.
▲넉넉한 공간, 포시즌스 서울 더 마켓 키친
유럽의 시장 골목을 모티브로 만든 곳. 뷔페의 복작거리는 느낌이 싫다면 포시즌스가 답이다. 각 테이블 사이 공간이 넉넉해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으며, 다양한 크기의 별실(PDR)을 갖추고 있다. 평일 점심/저녁 10만 8000원, 주말 점심 11만 8000원, 주말 저녁은 12만 8000원이다. 통닭 여러마리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거대한 그릴을 갖추고 있어 가금류 구이 요리에 강하다. 별도의 공간에 독립된 디저트 섹션에서는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밀풰이유, 차가운 돌판에서 다양한 재료로 믹스해주는 아이스크림 등 타 호텔에 없는 다양한 메뉴를 제공한다. 케이크류는 타 호텔보다 트렌디한 아이템이 많다. 한식 섹션도 강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오픈 1년 차,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 스펙트럼
규모는 작지만 알차다는 평가가 많은 곳. 여의도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신축 건물에 있고 높은 천고로 탁 트인 개방감이 자랑. 강렬한 컬러의 모던한 인테리어가 젊은 느낌을 준다. 전통주와 막걸리 등 다양한 주류 메뉴가 있고, 육류 섹션이 강점이다. 프랑스에서 온 브랜드답게 페이스트리 종류를 잘한다. 주중에는 9만 8000원, 호캉스족이 몰리는 주말에는 점심과 저녁 공통 13만원까지 가격이 올라간다. kw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