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본격적인 소프트웨어 전쟁에 돌입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자동차 산업은 중공업, 제조업의 범주에 포함됐지만,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래차’가 새 수익모델로 부상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차량용 소프트웨어(SW)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하고 자율주행, AI, 커넥티드카 등이 미래차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면서 차량용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자동차 기업들은 너도나도 관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 확대 및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특히 외부 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래차 전환에 대비해 차량용 소프트웨어 확장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우선 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와 손잡고 2022년부터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 전 브랜드의 출시 차량에 AI 기반의 커넥티드 카 운영체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커넥티드 카는 이동통신망과 자동차가 실시간으로 주고받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정보 및 운전편의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현대차가 도입할 커넥티드 카 시스템은 딥러닝 같은 데이터 분석 기술을 지원하는 ‘고성능 컴퓨팅’, 차량과 주변 인프라를 원활하게 연결하는 ‘심리스 컴퓨팅’, 운전자의 의도와 상태를 파악하는 ‘지능형 컴퓨팅’, 차량 내·외부 네트워크를 모니터링해 차량 안전을 강화하는 ‘보안 컴퓨팅’ 등의 기능을 갖추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또 지난 4월 그룹 내 IT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토론을 합병함으로써 그룹 내 소프트웨어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현대오토에버가 개발한 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모빌진’은 현대차그룹 주요 부품사에서 차량용 제어기 하드웨어와 통합해 공급하던 차량 소프트웨어를 고도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대오토에버는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향후 5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도 미래차의 핵심 경쟁력이 될 소프트웨어 부문 인재를 대거 영입, 발탁했다.
부사장급인 현대차 ICT혁신본부장에 임명된 진은숙 전 NHN 최고기술책임자는 데이터·클라우드·플랫폼 전문가로 현대차를 개발자 중심 조직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또 이번에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김정희 현대차 AIRS컴퍼니장은 네이버 개발자 출신으로 번역기 파파고를 개발한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자율주행 기술과 첨단주행보조시스템 개발을 주도해온 장웅준 자율주행사업부장 겸 모셔널(자율주행개발 자회사) 최고전략책임자는 전무로 발탁됐다.
해외 자동차 기업들도 소프트웨어 부문 역량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차량용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테슬라는 자체적인 운영체제(OS)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독자적인 자율주행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으며, 차주는 소프트웨어를 원격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또 폭스바겐은 2019년 전담 조직을 출범하고 3000명의 개발자를 영입하는 등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얼티파이(Ultifi)’를 출시하기도 했다. 토요타는 소프트웨어 우선주의 정책을 바탕으로 내년까지 전사적인 조직 개편에 나설 계획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자동차업계도 소프트웨어 기술 역량을 키우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기업들보다 취약한 상황”이라며 “꾸준한 인재 확보와 협업을 통한 기술 육성을 통해 플랫폼 연구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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