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조합 갈등 점입가경… 둔촌주공 운명은?

시공사업단 “조합 탓 공사 수행 불가능, 천문학적 손해”
시공사의 조합 비판 이례적… 건설사 대응방식 변화 기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서울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이 공사비 책정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그동안 정비사업 시장에선 조합의 입김으로 시공사 선정이 취소되는 등 조합이 다소 우위에 있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둔촌주공의 경우 시공을 맡은 건설사 컨소시엄이 공개적으로 조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갈등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시공사업단은 최근 ‘둔촌주공 사업의 정상화를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철거부터 착공 이래 지급받은 공사비 없이 공사를 수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되돌아오는 것은 분양을 미끼로 한 희망고문과 그에 따른 선투입 공사비와 금융비용 등 천문학적 손해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례처럼 시공사가 사업 주체인 조합 측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공개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원래 정비사업은 조합이 사업 주체인 만큼 시공사와의 파워게임에서 우위를 점하기 쉬운 구조다.

 

조합 내부 갈등으로 집행부가 교체되면 시공사도 계약을 취소하고 교체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사 입장에선 막대한 손해를 보고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그로 인한 향후 정비사업 수주 실적 감소를 우려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최근 신반포15차에서 이뤄진 조합과 대우건설간 소송전에서 법원이 시공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소극적이었던 건설사들의 대응 방식에 변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아파트를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1만2032가구 규모의 ‘둔촌 올림픽파크 에비뉴프레’로 짓는 사업이다.

 

이 중 4786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인데 공사비 문제를 놓고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이 빚어지면서 분양이 지연되고 있다.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사는 2016년 총회에서 2조6000억원의 공사비를 의결했고, 지난해 6월엔 약 5200억원 증액한 3조2000억원대로 계약을 변경했다. 하지만 조합 측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계약서를 날인한 전임 조합장은 계약서를 작성한 날 조합원들로부터 해임됐다.

 

현 조합 측은 당시 작성된 계약서가 적법하지 않으며, 5200억원에 달하는 증액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조합 측은 최근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계동사옥 앞에서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둔촌주공은 올해 초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앞두고 일반분양을 할 예정이었지만 예상보다 낮은 분양가에 조합원들이 반발하며 분양 일정이 연기됐다. 앞서 당시 조합원들은 3.3㎡당 최소 3700만원을 원했으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3.3㎡당 2978만원을 제시했다.

 시공사업단은 “조합은 새 집행부 구성 후에도 분양을 위한 택지비감정평가 취소와 재신청, 보류, 분양일정 등의 번복을 수차례 되풀이하며 정상적인 공사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며 “사업이 계속 지연될 경우 사업비와 이주비 대여를 불가피하게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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