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폭탄 돌리기… 위기의 빌라 시장

대출규제 풍선효과… 집값의 70% 이상 대출·보증금이면 위험

서울 내 빌라 단지 전경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정부의 대출 규제 풍선효과로 ‘깡통전세’가 급증하면서 세입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가을 이사철이 겹치며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깡통전세 문제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는 실수요자들이 적잖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경기 하락 시 대출금과 보증금의 합이 집값보다 낮아지는 깡통전세가 늘고 있어 세입자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대구지법 제11형사단독(판사 이성욱)은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임대인 A씨(46)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자신이 소유한 다가구 주택의 세입자 48명으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 등 26억5000여만원을 가로채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14년부터 수성구를 비롯한 대구지역 5개 구에서 총 13채(118실)의 다가구주택을 매입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정체 등으로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했고 그가 소유한 집들은 매매해도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진 깡통전세로 전락했다.

 

깡통전세는 주택담보대출 금액과 임대차보증금의 합계가 집값과 비슷하거나, 집값을 넘어서 부동산 시장 침체 시 전세금을 떼일 우려가 있는 주택을 의미한다.

 

대출과 보증금의 합이 집값과 비슷하거나 높다는 것은 집주인이 현금 한푼 없이 대출과 세입자의 보증금만으로 집을 매입했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집값의 70% 이상이 전세보증금인 경우 집값이 떨어질 때 전세보증금이 더 높아질 수 있어 집을 팔아도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깡통전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게다가 집주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대출금과 전세금의 합이 건물값보다 높아 전세금을 다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보통 세입자들의 경우 은행보다 변제 순서에서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이다.

 

깡통전세가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로는 정부의 대출 규제가 꼽힌다. 대출이 막혀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이 대안으로 전세보증금을 통해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갭투자에 뛰어들면서 깡통전세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부동산 거래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금조달계획서상 주택담보대출과 임대보증금을 합산한 금액이 집값의 100%가 넘는 신고서가 2020년(3~12월) 7571건에서 2021년(8월까지) 1만9429건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과 임대보증금을 합산한 금액이 집값의 80% 이상인 신고도 2020년 3만6067건에서 2021년 8만511건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깡통주택은 특히 빌라 시장에서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1년 사이 대출금과 보증금의 합이 집값의 80% 이상인 거래는 아파트의 경우 1.8배 늘었지만 빌라는 3.3배나 뛰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보다 비교적 집값이 저렴한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 빌라 시장으로 갭투자 수요가 몰리고 그에 따른 깡통전세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빌라의 주 수요층인 서민, 젊은층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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