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 앞둔 임대차 시장… 최악 전세난 오나

임대차법·다주택자 세금 중과로 매물 부족… 전셋값도 고공행진

서울 동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재돼 있다.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가을 이사철을 앞둔 임대차 시장이 심상치 않다. 새 임대차법과 다주택자 세금 중과의 여파로 수요 대비 공급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에서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최악의 전세난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셋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공급 부족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꼽힌다. 지난해 7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골자로 한 임대차2법이 시행된 이후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전세 물량이 급격히 줄었고 전셋값은 수직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중과하자 집주인들은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려 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하기 시작했고, 안 그래도 부족한 매물이 더욱 줄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재작년 10월 이후 지난달까지 23개월 동안 연속 오르며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새 임대차법이 본격 시행된 작년 8월 이후 상승 폭을 키워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1.02%, 1.52%, 1.1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1%대 상승률은 2011년 11월 1.33% 이후 9년 만이다.

 

전세난이 심한 수도권의 경우 올해 1~8월 전셋값 상승률이 7.51%로 지난해 상승분(8.45%)에 근접했다. 이런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전셋값이 작년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새 임대차법에 따른 계약갱신권을 사용해 원래 살던 주택에 눌러 앉는 세입자가 늘고, 집주인들은 전월세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기존보다 몇 억원 오른 값에 새 전세를 내놓으면서 전세난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민간 재건축 이슈도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야기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서초구, 강남구, 동작구 등에선 이주 수요가 늘면서 전세 물량이 감소했다. 여기에 가을 이사철 수요까지 겹치면 전세난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 번 치솟은 전셋값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19년 7월 이후 116주 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KB리브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4345만원으로 1년 전 5억1011만원보다 1억3334만원(26.1%)이나 뛰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잇따라 공공개발 사업지와 신규택지를 지정하는 등 적극적인 공급 확대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문제는 이들 물량이 시장에 풀리려면 적어도 3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전세난을 일부나마 해소하려면 장기 플랜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재고 주택에서 물량을 늘릴 수 있는 규제 완화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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