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리모델링 시장… 대형 건설사 각축장 되나

재건축 지지부진… 대안으로 리모델링 사업 진출 메이저사 늘어
현대건설·대우건설 등 전담조직 꾸려… 삼성물산, 7년만에 복귀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건설사들의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간 불협화음으로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해지자 리모델링에 소극적이었던 대형 건설사들도 전담 조직을 꾸려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14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가 늘면서 건설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선 암사동 선사현대아파트가 오는 26일 주택조합설립을 위한 창립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2000년에 준공된 2938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로 암사역 역세권, 잠실과 강남 접근성, 한강변과 맞닿은 조망 프리미엄을 갖추고 있다.

 

총 사업비 1조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리모델링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사들도 단지 내에 홍보 현수막을 걸고 주민 의견 수렴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수주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롯데건설의 경우 의견 수렴을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근처 지하철역에 광고를 진행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북권에서는 용산구 이촌한가람아파트와 이촌코오롱아파트, 마포구 상암월드컵파크2단지 등이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서울 중구 남산타운(5150가구), 동작구 우성·극동·신동아(4396가구), 강동구 선사현대(2938가구) 등 대규모 리모델링 단지들이 연내 시공사 선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수도권 아파트는 62개 단지(4만5527가구)다. 2019년 12월 37단지(2만3935가구)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었다. 조합설립인가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만 집계한 수치로, 추진위원회 단계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욱 커진다.

 

국내 리모델링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올해 30조원에서 2025년 37조원, 2030년에는 44조원 수준으로 성장이 예상된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부수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원래 골격을 살리면서 면적을 넓히거나 층수를 올려 주택 수를 늘리는 정비사업이다.

 

재건축에 비해 안전진단 강화, 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등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재건축의 경우 준공 이후 30년이 넘고 안전진단에서 D(조건부 허용)나 E(불량) 등급을 받아야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 반면 리모델링은 그 절반인 15년에 유지·보수 등급(A~C) 중 B등급 이상이면 추진할 수 있다.

 

업계에선 대형 건설사들의 리모델링 사업 참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아예 전담 조직을 꾸려 리모델링 시장 진출을 노리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1월 리모델링을 담당하던 태스크포스(TF)를 정식 부서인 ‘리모델링 영업팀’으로 격상하고 10명 안팎의 인원을 배치했다. 올해 1월엔 2280억원 규모의 용인 수지 신정마을9단지 리모델링사업을 수주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알렸다.

 

12년 만에 리모델링 시장에 진출한 대우건설도 지난 3월 주택건축사업본부 내 도시정비사업실에 17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리모델링사업팀’을 신설했다. 연간 3000억~5000억원 규모의 사업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리모델링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쌍용건설은 이미 2000년부터 업계 최초로 리모델링 전담팀을 운영 중이며, 그 뒤를 쫓는 포스코건설도 2013년부터 전담 부서를 두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의 리모델링 사업 복귀도 눈에 띈다.

 

7년 만에 리모델링사업에 복귀한,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은 최근 고덕아남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 단독으로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다른 정비사업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에 과도한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 컨소시엄 형태의 건설사 간 합종연횡이 빈번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pjh1218@segye.com

 

쌍용건설 컨소시엄이 시공권을 따낸 가락 쌍용1차아파트. 쌍용건설 제공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