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우는 건설사들, M&A로 신 사업 정조준

대한전선 품은 호반… 전력사업 시너지, 해외진출 기대
SK에코플랜트, 폐기물 처리기업 4곳 인수… 친환경 육성

호반그룹(왼쪽)과 대우건설 사옥. 세계일보DB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건설업계가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불안정한 주택 사업 비중을 줄이는 대신 친환경 등 신사업 인프라를 보유한 기업을 인수해 미래 성장 동력과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장 활발한 기업 인수전을 펼치고 있는 건설사는 호반그룹과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다.

 

호반그룹 계열사인 호반산업은 최근 대한전선을 인수해 전력·에너지 사업 진출을 위한 길을 열었다.

 

지난 3월 대한전선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주식 3억4260만782주(지분율 40%)를 2518억원에 사들여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지난 5월 이를 공표했다.

 

대한전선을 인수한 이유로는 사업 다각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꼽힌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 중 호반건설은 주택, 호반산업은 토목 부문에 강점이 있는데 특히 토목의 경우 전력구 공사, 케이블 공사 등 전력 사업과 밀접하게 연관돼 이번 인수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호반은 이번 인수를 통해 해외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그동안 호반그룹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국내 사업에만 치중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호반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사업 실적이 전혀 없었던 후발 주자로서 가장 좋은 방법은 기존 해외사업을 진행해 온 기업의 노하우와 인프라를 가져오는 것”이라며 “대한전선은 글로벌 전력 분야에서 초고압케이블, 해저케이블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해외 매출도 높은 만큼 간접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사명을 바꾸고 친환경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는 최근 폐기물 처리기업 4곳을 전격 인수했다.

 

대상 기업은 클렌코,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환경, 디디에스(DDS)로 SK에코플랜트는 총 4000여억원을 투입해 이들 네 기업의 주식 전량(지분율 100%)을 매입했다.

 

이번 인수로 SK에코플랜트는 하루 876톤(의료폐기물 제외)의 폐기물 소각용량을 보유해 해당 부문 국내 1위로 도약하게 됐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2023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자해 친환경 신사업 개발과 기술혁신기업과의 M&A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친환경·신에너지 사업을 본격 육성하고, 아시아 전역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건설업계 최대 ‘빅딜’로 꼽히는 대우건설 인수전엔 국내 디벨로퍼인 DS네트워크, 중흥건설, 중국 최대 건설회사인 CSCE(중국건축정공사), 아부다비투자청(ADIA) 등이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재 대우건설의 최대주주는 KDB산업은행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로 50.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여러 후보군 중 사모펀드(PEF)인 스카이레이크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DS네트워크과 창업주인 정창선 회장의 인수 의지가 강한 중흥건설 간 양자 대결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흥건설의 인수 가능성이 다소 높은 것으로 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아직 사모펀드를 기업 사냥꾼으로 인식해 꺼려하는 분위기가 강해 중흥건설이 다소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다만 산업은행이 제시한 대우건설 매각 가격인 2조원 이상의 자금을 자산 규모가 더 작은 중흥건설이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중흥건설의 자산총액은 9조2070억원으로 재계 47위, 대우건설은 9조8470억원으로 42위다.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단숨에 재계 서열 21위로 올라선다.

 

대우건설은 대우그룹 해체 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다가 2011년 산업은행이 다시 떠안았다. 이후 2017년 공개 매각을 추진한 끝에 호반건설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pjh1218@segye.com

 

대우건설 사옥, 호반그룹 사옥. 세계일보DB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