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공공주택사업 허와 실下]오세훈표 민간 재개발의 반격

국토부·서울시 정책 엇박자… 전문가들 "민간개발 선호 사업지 늘 것"
2·4 공급대책 후속 법안 국회 계류… 확실한 주민의견 수렴 과정 필요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밀집 지역.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2·4 공급대책의 핵심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을 두고 정부와 시장이 상반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사업 개시에 필요한 주민동의율 10%를 달성한 후보지가 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시장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정책 엇박자, 시범 사례 부족, 근거법 통과 지연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8일 관계 부처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 46곳 중 주민의 10% 이상이 동의한 후보지는 총 12곳이다. 이 중 쌍문 동측, 증산4구역, 수색14구역, 불광근린공원 인근 저층주거지 등 4곳은 사업 지구지정 기준인 주민동의율 70%를 확보했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태와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며 한껏 고무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선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민간 재개발 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근거 법안 통과가 자꾸 미뤄지면 주민 동의율을 충족시키기가 점차 힘들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

 

사업의 첫 번째 장애물로는 국토부와 서울시의 정책 엇박자가 꼽힌다. 국토부가 LH 등 관 주도의 주택 공급을 밀어붙이고 있는 반면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주도로 민간 재개발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6일엔 서울시의 재개발 규제 완화안 발표와 국토부의 4차 공공주택 후보지 발표가 한 시간 간격으로 이뤄지는 촌극이 벌어졌다. 

 

시장에선 시간이 지날수록 공공개발보다 민간개발을 선호하는 사업지가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사업추진 주체인 주민들 입장에선 한 가지 방법에 얽매이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생긴 것”이라며 “수익률과 우선입주권 등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물량 일부를 공공임대로 떼어가는 정부 방식과 달리, 서울시의 민간사업은 기부채납이 없어 주민들이 더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후보지인 미아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두 달 전만 해도 정부의 복합개발 후보지에 포함된 것에 대해 고무적인 분위기였지만 오세훈 시장 당선 이후 확실히 민간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진 상황”이라며 “이런 분위기라면 70% 동의는 고사하고 10%조차 채우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공주택특별법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등 2·4 공급대책 후속 법안이 여야 간 충돌로 국회에 계류 중인 것도 위험 요소다. 국토부는 7월까지 예정지구 지정을 완료해 공급 대책을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민간 자체적으로 정비사업이 어려웠던 지역에 공공이 참여하는 것이 사업후보지 선정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은 일단 긍정적”이라며 “공공이든 민간이든 모두 주택공급의 중요한 두 축이므로 공공주도 주택공급과 민간 정비사업이 잘 공조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강북권 후보지들은 대부분 2~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이미 노후도가 70~80%를 넘어 공공개발에 대한 수요가 높고, 정부가 토지주들에게 최고 수익률을 보장한 만큼 주민 동의를 얻는 데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정비사업 방식이 다양한 만큼 주민들의 정책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어 비슷한 성격의 제도를 병합하거나, 꾸준한 주민 설명회를 통해 사업을 독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jh121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