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할랄' 인증 바람…80조원 시장 뛰어든다

이슬람 시장의 매력…제약사 새 수요처로 '급부상'
대웅제약, '이지에프외용액' 할랄 인증 획득…중동시장 진출
휴온스네이처 홍삼 ‘할랄’ 획득… 동남아시장 진출 속도

 

국내 제약업계가 이슬람 문화권에 진출하기 위한 할랄 인증을 잇따라 획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김민지 기자] 이슬람 문화권이 매력적인 시장으로 주목 받으면서 국내 제약업계에도 ‘할랄(Halal)’ 인증 바람이 불고 있다. 

 

이슬람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높아 국내 제약사들의 새 수요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슬람 지역에 진출하기 위해선 할랄 인증이 필수 요소로 꼽힌다. 

 

할랄이란 이슬람 율법에 의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말한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도살·가공된 식품과 공산품 등에 부여된다.​ 전세계 무슬림 인구는 약 18억명으로 추산되며 의약품 시장 규모는 80조원에 달한다. 오는 2060년에는 약 30억명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의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대웅인피온은 최근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기관 ‘리폼 무이’로부터 ‘이지에프외용액’의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이 약은 대웅제약이 지난 2001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받은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제다. 당뇨병성 족부궤양은 흔히 ‘당뇨발’로 불리는 당뇨병 환자의 합병증 중 하나다.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기관인 ‘리폼 무이’는 말레이시아의 자킴, 싱가포르의 무이스와 함께 세계 3대 할랄 인증기관으로 꼽힌다. 리폼 무이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안전성 관련 서류 제출은 물론 생산, 재료 관리과정까지 현장 실사를 받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해야 한다.

 

대웅인피온은 이지에프외용액의 할랄 인증을 계기로 중동 의약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대웅인피온의 의약품이 할랄 인증을 받은 건 지난 1월 빈혈치료제 ‘에포디온’에 이어 두 번째다. 

 

대웅인피온은 대웅제약이 2012년 인도네시아 기업인 인피온과 함께 설립한 합작 법인이다. 수라바야에 인도네시아 최초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준공했다. 

 

휴온스 자회사인 휴온스네이처도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휴온스네이처는 최근 대표 홍삼 제품 5종에 대해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로부터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휴온스네이처가 할랄 인증을 획득한 제품은 진홍삼단, 진홍삼정, 진홍삼고, 고려홍삼봉밀절편, 홍삼골드스틱 등이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 진출이 가능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면역에 대한 중요성이 전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휴온스네이처는 할랄 인증을 받은 홍삼 제품들의 수출을 적극 추진해 국가대표 K-면역 푸드인 홍삼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9월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할랄 인증 기업 박람회 ‘국제 할랄 박람회(MIHAS)’에도 참가해 중동과 동남아시아 판로 개척 및 수출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치카랑 산업단지에 위치한 CKD-OTTO 항암제 공장 전경. 사진=종근당

 

이보다 앞서 종근당도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종근당은 지난해 2월 인도네시아 이슬람 최고 의결기구인 울레마협의회(MUI)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아 인도네시아 최초 할랄 인증 항암제 공장을 준공했다. 

 

이곳에선 약을 만들 때 들어가는 원료 중 하나인 돼지기름을 콩기름으로 바꿨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근로자들이 제품을 만지기 전 깨끗한 물로 손을 씻을 수 있도록 했고, 기도실도 마련했다.

 

종근당 측은 “할랄 인증이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인증받은 제품을 더 선호한다는 현지 시장 분석에 따라 인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종근당이 글로벌 진출 교두보로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것은 현지 의약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 봤기 때문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이 공장을 향후 20억 인구에 달하는 이슬람 국가들을 비롯해 아세안 경제공동체로 진출할 수 있는 거점으로 삼을 전략”이라며 “향후 북아프리카와 유럽까지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minj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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