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창의혁신 중심 교육개혁 시급하다

정호원 세계미디어플러스 본부장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높은 1.5%를 달성했다고 한국은행이 1일 밝혔다. 7년여만에 최고치라고 한다. 반도체와 화학을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에 따른 깜짝실적이다. 덕분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2%로 상향 조정했다. 이처럼 경제에 온기가 살아남에  따라 한국은행이 지난달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올해 수출증가를 주도한 효자 품목은 반도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반도체 분야에서 말 그대로 대박을 냈다. 양 사의 올해 반도체 매출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시장조사업체들은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반도체 사업부에 특별상여금 400%를 지급하고, 협력업체들에도 650억원을 인센티브로 나눠주기로 했다. 또 얼마 전 단행된 그룹임원 인사에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이 대거 승진자를 배출했다. 이들로서는 어느 해보다 따뜻한 연말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올 4분기와 내년에도 반도체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다. 내수가 부진하고 조선·해운·자동차·철강 등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주력업종의 경쟁력 약화와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반도체가 버팀목이 되고 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지, 반도체 이후에는 무엇으로 먹고 살지를 생각하면 가슴 한 켠이 답답해진다.

 필자가 10여년 전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취재를 담당한 적이 있다. 그 때 만났던 반도체 업체의 한 간부는 메모리 반도체의 주도권이 미국에서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넘어왔는데, 다음은 어디일 것 같으냐고 물었다. “중국?”이라고 찍었더니 “정답”이라고 답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실제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국내 기업들을 추격하고 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현재 우한에 건설중인 반도체 공장에서 2018년말부터 3차원 낸드 플래시를 양산할 계획이다. 또 푸젠진화반도체는 내년 9월부터 20나노 후반 또는 30나노급의 D램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아직은 국내업체와 기술 격차가 있지만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다 급격하게 성장하는 중국 IT시장을 등에 업고 있는 만큼 머지 않아 세계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다.

 이미 디스플레이에선 국내업체들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중국 BOE는 올해 3분기 TV 모니터 노트북PC 태블릿PC 등에 쓰이는 9인치 이상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점유율 21.7%를 차지, 19.3%를 기록한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LG디스플레이가 세계 1위를 내준 것은 2009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같은 프리미엄 제품 시장은 국내업체들이 주도하고 있지만, 이 분야도 갈수록 기술 격차가 좁혀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력산업으로 키워온 조선 철강 전자에 이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서도 중국 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어 국가 차원의 새로운 산업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동집약적이고 기술집적도가 낮은 분야에서는 저임금과 거대한 내수시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대적으로 국제 경쟁력이 낮은 산업과 기업들을 구조조정하고 기술 중심의 고부가가치 분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오래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지적이지만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근래들어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녹색성장’ ‘창조경제’ ‘혁신성장’과 같이 나름대로 네이밍을 한 산업정책을 내세워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렇지만 5년간의 짧은 기간에 산업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5년 단임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전임 정부가 펼쳐온 산업정책을 뒤집고 다른 정책을 꺼내드는 일을 반복할 경우 정부 정책의 신뢰만 추락할 뿐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워나가기 어렵다. 몇 년 지나면 바뀔지 모르는 정책을 믿고 과감한 투자에 나설 기업이 얼마나 될 지는 물어볼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정부 정책의 지속성과 더불어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시급하고도 중요한 것은 교육개혁이다. 국내 제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선도자(first mover)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지만 선도자의 시장 선점 효과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새로운 제품과 기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에서 출발한다.   

그렇지만 그러한 사고는 일조일석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5지선다형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현재와 같은 교육환경에서는 엉뚱하고 융합적인 사고가 설 자리가 별로 없다. 창의적인 사고를 훈련하고 키워나갈 수 있는 교육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길게 보면 국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작업이다.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최근 열린 ’대한민국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혁신성장을 뒷받침할 창의·융합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디 5년만 유효한 정책이 아닌 30년 이후를 내다보고 국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는 교육개혁 방안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호원 세계미디어플러스 본부장 jh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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